Unhidden

* : 필수항목
아티스트 이상용, 최영진, 정현용, 황종현
장소 레스빠스 71
전시명 Unhidden
전시시작일 2018-09-07
전시종료일 2018-09-14

이상용 과도기적-풍경(Transitional-Landscape)23-,Oil-on-canvas,-80.3x116_축소.jpg

 

 

정현용 House 2016 oil on canvas 130.3x97cm.jpg

 

 

채영진 Collision.jpg

 

 

황종현 Breath, 120cm×120cm×130cm, a wooden box, motor, crankshaft, garbage bag, 2013.jpg

 

Unhidden: 진실의 재해석

 

차곡차곡 쌓인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온다.

과거의 경험들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게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리고,

때로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처럼 불쑥 나타나 마주하게 된다.

그것을 외면해야 할지 용기를 내서 마주쳐야 할지 선택 하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숨겨졌던 것들은 드러나고 불필요한 것들은 덜어내야지만, 비로소 다른 것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 그렇게 생성된 공간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미래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작은 통로가 되어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한다.

  

정현용(Jeong Hyunyong), 타인의 기억을 수집하다.

정현용은 2012년부터 성별 거주지 연령에 상관없이 타인의 비밀을 수집해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기억 저편에 가라앉은 사실들을 털어놓고 작가는 그 사건들을 예술적 형태로 시각화한다. 그는 타인으로부터 들은 비밀을 풍경, 정물, 인물등의 다양한 주제의 회화로 사건에 근접하게 가시화 한다. 생경한 색감, 불안정한 구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작품의 완성도로 인하여 그의 회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 상황을 연상시킨다. 잘 모르는 타인에게 마음 속 비밀을 털어놓은 사람들의 심리와 그들의 비밀은 그의 회화를 통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최근에 작가는 타인이 보내온 사연이 어쩌면 모두 다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과거의 사실과 현재의 기억은 다를 수 있기에 그는 단순히 기억을 수집해서 시각화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출력된 낱장의 작품을 켜켜이 중첩시켜 만든 종이 뭉치를 원본 작품 옆에 걸고 관람객이 프린트된 종이들을 뜯어갈 수 있게 하여 타인에 의해 한 장씩 뜯겨지면서 그 두께가 얇아진다. 벽에 단단히 걸린 ‘진짜’ 옆에서 농도를 잃어가는 ‘가짜’들은 마침내 소멸되는 것이다.

  

채영진 (Chae, Youngjin),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사람들은 관계에서 유발되는 문제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 속에 숨기며 살아간다. 채영진의 기억에 남겨진 특정한 사건들은 머리에서 혼돈이 되어 돌아온다. 그는 마음 속에 쌓이는 것들에 대해 말을 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고 그 대상으로 대답이 없는 풍경을 택했다. 작가에게 풍경은 얽혀있는 관계에서 벗어난 주체적 공간이자 독백의 무대로서 역할을 한다. 독백의 기능은 양가적 상황에서 스스로를 자각하고 비로소 적절한 태도를 결정짓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의 독백은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그의 회화 위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진다. 질감이 많이 나타나는 즉, 물감이 두껍게 올라가고 대담한 붓 텃치가 눈에 띄는 생동감 있는 그림이 되었다가도 때로는 여백이 많아지고 물감을 희석하여 동양화 같이 차분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회화작가로서 특정한 회화의 형식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작가에게 솔직한 자신을 표현하는 자유로움을 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채영진이 이야기 한대로 현실의 풍경은 대부분이 아름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하늘이나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모래사장을 보면 감동을 받고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한다. 현실의 풍경은 우리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아픔과 고뇌를 가져다 주고 우리는 그 풍경 위를 덮어버릴 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으려 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현실을 덮어버릴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끝없는 여행을 하고 있다.

  

이상용(Lee, Sangyoung), 나만의 기억 

이상용에게 구조물들은 산업화의 잔재 속에서 만들어진 도시의 파편임과 동시에, 본래 쓰임과 다른 새로운 사용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가 되었다. 실재로 그는 어렸을 적에 버려진 공사판의 구조물들을 이용해 친구들과 즐겁게 놀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철거 직전인 대림동의 강남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실제로 거주를 하며 대림동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적으로 체험하였다. 그는 ‘변화’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본인의 어린 시절과 터전이었던 공간에 대한 향수를 담고자 한다. 또한, 버려진 공간을 관찰, 수집, 배치를 통해 화면 속에서 기록하고 구조물들의 반복되는 형태와 우연적으로 결합된 다양한 물성의 조화에 주목한다. 이상용만의 푸른색과 분홍색의 파스텔톤의 팔렛트 색상과 일상의 무심코 지나가는 도시풍경을 클로즈업한 화면 배치는 새로운 조형미를 탄생시킨다. 사람들이 ‘발전’이라고 부르는 저변에는 새로운 산물이 창출되는 동시에 또 다른 폐기물과 기대하지 않았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런 일상의 한 부분은 이상용의 시선으로 인해 회화의 한 장면이 되어 현실로 다가오지 못하고 상상의 공간처럼,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황종현(Hwang, Jonghyun), 작업은 생각에 연결되기 위한 매개체

황종현의 작업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리는 드로잉과 메모하는 습관으로 시작된다. 드로잉이나 메모로 세상 밖에 나온 생각은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서 다양한 매체로 변환된다. 작가는 조각, 드로잉 그리고 인터렉티브 설치작품 등 다양한 매체로 본인의 생각들을 가시화 시킨다. 그는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자신들의 상상의 매개체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다. 그의 거침없이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린아이와 같은 솔직함과 자유로움이 전해와서 틀에 박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켜버린다. 그것이 그의 작품에서 생명력과 희망의 빛이 전해지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이 ‘소통’이라고 말하는 소셜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대부분은 자신들이 이상적인 삶의 단면만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원하기 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하고 싶은 것만을 말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단절된 프레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 작가처럼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이 바쁜 세상을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Unhidden전의 네 명의 작가들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것은 본인들이 겪은 직접, 간접적인 경험들과 그것들과 연계된 생각 또는 감정들의 소산이다. 결국 대부분의 창작물들은 그렇게 시작되어 여러 매체로 가시화 된다. 작품들을 통해 다른 사람이 경험한 감정과 생각들을 마주하게 될 관객들이 자신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 안에 쌓여진 것들을 비우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 묻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트엔젤컴퍼니 디렉터, 유화영